[중앙일보 이도은.권혁재] '상극의 묘를 살려라'. 남자 옷 입는 법은 이렇게 요약된다. 상의와 하의, 겉옷과 속옷을 고를 때 길이·색깔·두께 등을 '반대'로 하는 것이다. 남자 옷을 입었다고 '남장'을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거칠고 강한 모습에 감춰진 '여자'를 드러내야 한다. '이게 남자 옷이었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트렌디할 필요도 있다. 디자이너·스타일리스트들은 활용도가 높은 아이템으로 셔츠와 베스트, 카디건을 꼽았다. 어깨·가슴 패턴의 제약이 적은 옷들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옷을 잘 입는 법을 알아봤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헐렁한 상의에 스키니진·레깅스
남자 옷을 찾는 여자들 중엔 체격이 큰 사람이 많다. 어떻게든 몸을 가리고 싶어 넉넉한 옷을 입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상체와 하체 어느 한 쪽은 붙게 입어야 몸이 가늘어 보인다. 엉덩이를 다 덮는 남자 화이트 셔츠에 맨 다리를 드러낸 여자의 모습이 섹시해 보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한혜연 스타일리스트는 “남자 옷을 입을 땐 상대적으로 가는 부분을 꼭 드러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풍성한 후드 점퍼·니트에 스키니진·레깅스를 입거나, 엉덩이가 펑퍼짐한 배기 바지에 딱 붙는 티셔츠를 짝짓는 게 대표적인 예다.
겉은 강하게, 속은 여리게
갖고 있는 공주풍 옷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얇고 하늘하늘한 원피스 위에 낡은 밀리터리 점퍼나 축 쳐지는 카디건을 걸치는 식이다. 남자 옷을 입었지만 씩씩하기보단 마치 남자친구가 벗어 준 옷을 걸쳐 입은 듯한 것이 여성스럽다. “커다란 남자 점퍼 속에 숨겨진 작은 몸매는 어떨지 상상하게 만들면 훨씬 신비롭지 않겠어요?” 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한 잡지 기고에서 한 말이다.
미니스커트·하이힐이 무기
실제 셔츠·베스트·재킷 중 두 가지만 같이 입어도 '너무 남자 같지 않을까' 고민된다. 이럴 땐 여자들만의 특권인 미니스커트·숏팬츠를 이용한다. 깔끔한 재킷엔 장식 없는 일자 치마를 고른다면, 패딩 점퍼엔 발랄한 레이스 치마를 짝지어 분위기만 맞추면 된다. 신발도 운동화·워커만 고집하지 말 것. 장식이 화려한 부츠나 하이힐로 대조를 이루면 색다르다. 색깔도 무채색이 많은 남자 옷에 빨강·보라 등을 매치하면 포인트가 되면서 와일드한 멋이 난다.
몸 라인은 슬쩍 살려야
니트는 사이즈가 크면서도 실루엣이 알게 모르게 드러난다. 특히 브이넥 니트는 겹쳐 입지 않고 하나만 입었을 땐 목선·가슴선이 그대로 나타나 여성미가 강조된다. 원피스처럼 길게 내려오는 셔츠나 재킷도 마찬가지다. 일자로 뚝 떨어뜨리기보다 벨트를 묶어 허리선을 강조하면 몸에 볼륨감이 생긴다. 남자 재킷은 어깨 사이즈가 아무리 작아도 허리는 퍼져 보이기 마련이다. 잡지사 패션 에디터인 강지영씨는 남자 재킷을 사 입으면서 그만의 스타일링법을 개발했다. “허리를 따라 옷핀을 여러 개 꽂으면 라인이 잡히면서도 특이한 장식 효과를 낼 수 있어요.”
가방·모자 같은 소품부터
옷이 부담스럽다면 남자용 모자·가방부터 시도해볼 것. 남성 소품은 소재를 강조한 단순한 디자인이 오히려 튀기 때문이다. 실제로 넣고 다닐 게 많은 전문직 여성들은 남성용 빅백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오렌지·빨간색 서류용 지갑은 클러치로 변신 가능하고, 투박한 벨트는 코트·점퍼 위에 걸치면 좋다. 웬만한 남성 캐주얼 브랜드엔 다 있는 페도라는 가장 기본적인 액세서리. 웬만한 셔츠·티셔츠에 무난하게 어울린다.
바지도 셔츠도 걷어 올려라
남자 옷을 입고 찍은 화보나 모델 컷에선 모두 팔목을 드러낸다. 모델들이라 해도 긴 남자 옷을 수선 없이 입기가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모습은 적극적이고 능력 있는 알파걸의 느낌을 확 살려준다. 셔츠·니트를 여러 개 입었을 땐 겹쳐 입기의 효과도 확실하다. 그렇다면 바지는 어떻게 할까. 일단 남자바지 중에서도 스키니진을 고르고 색깔 있는 스타킹을 안에 신어 둘둘 말아 올리면 된다. 그럴 때 하이힐은 필수다.
촬영 협조 커스텀멜로우·시스템옴므·카이아크만·리플레이·시리즈·코데스컴바인포맨·갭·BSX·TNGTW·시스템·탑걸·보브·XIX·g-cut·탑걸·코치·소다·아디다스·컨버스, 모델 이경숙, 헤어&메이크업 '이경민 포레'
자료: 중앙일보 2010-01-27




